높은 집값탓에 살 수 없어!  

저소득층 가구의 주거난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호주 20대 절반이 부모의 둥지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 높은 주택가격 때문이다. 이로인해 부모들의 사회.경제적 부담이 증가하는 추세다.

호주 중요 사회지표인 가계 소득 및 노동 동향(HILDA) 조사에 따르면 18세에서 29세 사이의 젊은층 중 가족과 함께 거주하는 비율이 2001년의 39.4%에서 49.9%로 증가했다.

젊은 남성은 여성보다 부모님과 함께 사는 경우가 더 많다. 18~29세 남성의 55%가 여전히 부모 집에서 살고 있는 반면, 여성은 45%다.

하지만 성별 격차는 좁아졌다. 2001년에는 젊은 남성이 여성보다 부모와 함께 살 가능성이 11.9%포인트 높았지만, 2024년에는 9.6%포인트로 감소했다.

HILDA 조사는 2001년부터 동일한 9,000가구를 추적해 왔으며, 이번에 새로 발표된 조사는 2024년에 실시되어 거의 25년 동안의 데이터를 추적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호주 주요 도시의 소득 하위 40% 계층 중 임차인의 36%, 주택담보대출 보유자의 30%가 가처분 소득의 30% 이상을 주거비로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 하위 40% 가구 중 가처분 소득의 30% 이상을 임대료나 주택담보대출 상환금으로 지출하는 가구는 주거난을 겪는 것으로 간주된다.

세입자, 한부모 가정, 그리고 고령 독거인들의 주거 스트레스 비율이 가장 높았다.

이번 조사는 장기간 지속되는 생활비 부담의 결과에 대해서도 주목했다. 응답자의 약 8%가 주택담보대출이나 임대료를 제때 납부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2003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멜버른 대학교 로저 윌킨스 경제학과 교수는 “상대적으로 안정된 고용 시장에도 불구하고 주요 금융 및 주택 스트레스 지표들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 어느 때보다 더 많이 일하고 있지만, 생활비는 소득 증가율을 앞지르고 있다. 더 큰 우려는 고용이 감소하기 시작할 경우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노동 시장이 약화된다면 경제적 복지 지표들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

윌킨슨 교수는 이러한 현상이 사상 최고 수준의 고용률 속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이로인해 소득이 증가하나 삶은 더 고달플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호주인들이 생활비 부담에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에너지 부족과 피로감 증가를 호소하고 있다.

설문조사에서 측정된 활력 점수(사람들이 얼마나 활력이 넘치는지, 얼마나 피곤하고 지쳐 있는지를 측정하는 지표)는 지난 10년 동안 모든 연령대(남녀 모두)에서 꾸준히 하락했으며, 특히 25~34세 여성에서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특히 젊은 호주인들, 그중에서도 젊은 여성들의 정신 건강 상태가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에단 베네딕토 무역 전문 기자(24)는 멜버른 남동부 교외 지역인 클라이드 노스에서   18세 남동생과 함께 부모집에서 살고 있다. 한 번도 집을 떠나 살아본 적이 없다.

“문화적인 차이도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아는 동남아시아나 중동 친구들 중에도 가족들과 함께 사는 사람들이 많거든요. 사촌이나 삼촌, 이모 같은 친척들이 집에 같이 살죠. 저 역시 제가 집에서 나가려는 것도 아니고, 부모님 역시 같이 살길 원합니다.”

그래도 그에게는 베네딕토에게는 마지노선이 있다. 그는 27세에서 30세 사이에 파트너와 함께 자신만의 공간을 마련할 계획이다.

시드니 피크닉 포인트의 24세 올리버 메이슨은 중고품 가게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며 집에서 독립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전혀 느끼지 않는다. 집값이 너무 비싸고 친구들도 모두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집을 나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교민잡지 편집 고문 박병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