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틀럼 총리해임 존 커 총독 영 왕실비서와 사전 자문’
휘틀럼 총리 해임 전 총독과 여왕개인비서가 주고받은 편지가 공개돼 큰 파장이 일고 있다.
1975년 11월 11일 존 커(John Kerr) 호주총독이 급진적인 정책을 펼친 노동당의 고프 휘틀럼(Gough Whitlam) 총리를 전격적으로 해고했다. 정권은 맬컴 프레이저(Malcolm Fraser) 총리가 이끄는 자유당으로 넘어갔다. 커 총독은 이날 상오 상원의 해산을 요구하는 휘틀럼 총리와 회담한 후 발표한 성명을 통해 상원이 정부예산안승인을 거부함으로써 야기된 정치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민주적이고도 헌법적인 해결책을 강구해야 할 필요성에 입각, 「휘틀럼」총리를 해임하고 「프레이저」당수의 과도내각 수립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여왕을 대신해서 총독이 의회 해산권, 의회에서 통과된 법안 승인 거부권, 총리 및 장관 해임 및 임명권이라는 막강한 권력을 사용한 것이다. 여왕은 호주에서 지명한 총독 후보자를 형식적으로 임명할 뿐이며 국왕이 호주 내정에 간섭하는 일이 없는 상황에서 총리해임은 호주정치사의 반란으로 규정될 정도로 당시 국민들의 큰 반발을 샀다. 영 연방국가에서 이 같은 권력을 휘두른 유일한 사례로 호주 독립 공화국운동의 발판이 됐다. 이후 호주 독립 공화국 헌법개정안은 찬.반 국민투표로 비화됐으나 국민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존 커 총독 여왕개인비서에게 자문
총독의 총리 해임은 영국 왕실과 관련이 없는 극한적인 호주정치 상황이 빚은 총독의 독자적인 권리 행사였다는 것이 정설이었다. 그러나 호주고문서 저장고에 보관됐던 총독과 당시 여왕개인비서 사이에서 오간 편지에서는 총독이 이의 자문을 구한 것으로 알려져 큰 파문이 일고 있다.
당시 존 커 총독이 휘틀럼 해임에 앞서 영국 왕실에 이의 자문을 구한 편지와 이의 승인을 암시하는 듯한 여왕개인비서와의 답신이 13일 공개됐다. 이 서신들은 그동안 비밀문서로 호주 고문서저장고에 보관됐으나 대법원의 공개 선고 판결을 통해 공개됐다. 대법원은 당시 호주연방정부의 해임을 둘러싼 구체적 상황에 대해 호주 국민들이 알 권리가 있다고 판결했다. 휘틀럼 총리해임에 앞서 총독과 여왕 개인비서와 오간 편지에는 총리를 해임할 수 있는 권리가 총독에게 있음을 상기시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정치적 목적으로 사용하지 말라!
1974년에서 1977년까지 총독 재임기간 중 커 총독은 여왕개인비서 마틴 차테리스 경과 여러 차례 편지를 교환했다. 이 중에는 1975년 11원11일 휘틀럼 해임에 앞서 마틴 비서에게 보낸 편지에서 총독은 휘틀럼 해임계획을 밝히지 않았으나 해임권한을 사용하는 것이 현명한지 여부의 가이드를 자문했다. 마틴 경은 정부를 해산할 수 있다는 학자적인 텍스트를 총독에게 지적하는 편지를 보냈다. 마틴 경은 “총독은 그런 권한이 있으나 그것은 헌법수호차원에서 마지막 수단으로 사용해야 하며 정치적 목적으로 사용해서는 안된다”는 내용의 편지도 보냈다.
‘여왕에게 알리지 않은 것은 잘한 일’
마틴 경은 총독이 총리를 해임한 이후 편지에서는 총독이 사전에 여왕에게 알리지 않은 사실을 두고 “아주 칭찬할 만한 사려였다. 여왕이 살 수 있는 비난을 막았으며 호주내 이슈로 처리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모나쉬 대학 제니 호킹스 역사학과 교수는 “이 편지는 당시 총독이 해임에 앞서 여왕 개인비서로부터 조언을 받았음을 입증한 것으로 그동안 왜곡된 역사가 바로 잡히는 계기기 됐다”고 평가했다.
호주 공화국 운동을 주도했던 말컴 턴불 전 총리는 “이번 편지공개로 여왕이 다른 국가의 국가원수가 될 수 없음을 입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교민잡지 편집고문 | 박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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