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잉톤 알모리 와프(Newington Armory Wharf)는 일상생활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 즐겨 찾는 곳이다. 파라마타 강변의 투명한 햇살과 햇빛을 받아 은빛으로 반짝이는 물결, 시가지와는 다른 맑은 공기, 숲이 숨쉬는 수려한 경관이 나를 사로잡는다. 마음만 먹으면 쉽게 찾아갈 수 있는 쉼터가 가까이에 있다는 것이 얼마나 마음을 넉넉하게 하는지.

일백여년전 호주 해군의 무기창고로도 사용되었다고 하는 그곳은 일백여개의 오래된 건물이 그대로 보존되어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평소엔 조용한 편이나 주말엔 바베큐장에서 바베큐를 하거나 자전거, 스쿠터를 즐기는 사람들로 붐빈다. 오늘의 산책코스로는 뉴잉톤 알모리 와프에서 연결되어있는 여러 갈래의 길 중 시드니 올림픽 페리 와프까지 열려있는 길을 택했다. 호젓한 산책길을 걷다보면 길켠에 간간히 놓여있는 나무 벤치나 평상이 쉬었다가라 손짓한다. 강의 정취를 감상 할 수 있는 한 평상 옆엔 속이 비어있는 철 기둥이 있다. 그 기둥에 구멍이 숭숭 뚫여있는 곳 아래의 버튼을 누르면 파라마타 강에 서린 이야기가 새들의 지저귑과 개구리 울음 소리, 강물이 흐르는 소리와 함께 내레이션으로 흘러나온다.

원주민 말로 뱀장어라는 뜻을 지닌 파라마타 강은 천혜조건이 좋아 오랜동안 호주 원주민인 에보리진이 살았었다. 그들은 한 때 물고기와 조개 같은 풍부한 양식들을 먹기 위해 강변을 따라 줄지어 살았다고 한다. 원주민들이 사용했던 낚시터를 유럽인이 이 지역에 도착한 후에도 사용했다는데 지금은 물이 오염된 까닭인지 낚시꾼은 보이지 않는다.  그곳에 앉으면 물새들이 강위를 날고 인근 습지에서 세상 구경나온 금초록이 개구리도 만날 수 있다. 달링하버나 써글라키까지 가는 리버 캣(River Cat)이 유쾌하게 물살을 가르고 모터보트가 시원스레 강을 질주한다. 그들을 향해 모자를 벗어 흔들면 승객들은 손을 흔들며 화답해준다.

돌아오는 길에 강변을 벗어나 울랄라(Wool-la-ra)를 향했다 잠시 남편과 떨어진 나는 그가 되돌아올 때까지 나무그늘이 드리워진 벤치에 누었다. 인적이 끊긴 길에 고적이 감돈다, 정막한 공(空)안에 누워 끝없이 푸르게 펼쳐진 하늘을 바라본다. 떠있는 흰 뭉게구름은 한유롭다. 광활한 이 우주는 어디까지 펼쳐져있는 것일까? 은하계 전체에는 2천억개의 별이 있고 우주 전체를 보면 2천억개의 별이 모여있는 은하가 1천억개 이상 있다고 한다. 우주 안에서 바라본 지구는 한 점 티끌에 불과하다.

일전 읽은 글에서는 일컫기를 인간은 우주 속의 먼지 안에 존재하는 더 작은 먼지, 하지만 몸속에 숱한 태양계와 은하계를 내재한 거룩한 존재, 안으로 우주를 품고 겉으로 우주를 집으로해서 왜소하지도 거대하지도 않게 살아가라 말해주고 있다. 따라서 그러기 위해서는 자기 발견과 성장을 위해 노력하며, 자연과 환경, 다른 생명체들에 대한 존중과 배려를 해야된다고 한다. 또 자신의 삶에 대한 목적과 의미를 발견하고, 이를 실천함으로써 보다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돌아오는 그의 발자국소리로 공상에서 깨어 일어났다. 서녘은 황혼으로 붉게 물들어간다. 집으로 향한 발걸음을 재촉했다. 아인슈타인은 걸으면서 상대성원리를 생각해냈고 시어도어 루즈벭 대통령은 걷는 것만으로 천식을 고쳤다고 한다. 독일에서 절경으로 꼽히는 하이델베르크에는 ‘철학자의 길’이 있다. 칸트는 매일 일정한 시간에 그 야트막한 언덕을 오르내렸다고 한다. 네카이 강이 내려다보이고 멀리 전설에 싸인 붉은 성이 굽어보이는 그 길을 걸으며 그는 바람과 햇살과 빗줄기를 빚어 사고하며 ‘순수이성비판’이란 글을 만들어냈다고 한다. 그의 사고는 그 길을 걸으며 깊어갔을 것이다.

문득 지나온 역사를 껴안고 유유히 흐르는 파라마타강과 반짝이는 강 물결의 찬란함, 습지에 서식하는 동식물들이야기 그리고 우주안의 천지조화로 빚어진,오늘의 사색으로 모아진 수필 한 편을 완성하고 싶은 욕구를 나는 강하게 느껴본다. 이곳이 바로 독일 하이델베르크에 있는 ‘철학자의 길’의 길과 같다는 착각이 드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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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옥자/글무늬문학사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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