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정부의 공식 건강 통계가 유산을 경험한 수많은 여성의 사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면서 보건 행정의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고 news.com.au가 보도했다.

호주보건복지연구소(AIHW)가 발표한 최신 전국 통계에 따르면 호주 여성 10명 중 3명이 최소 한 번 이상의 유산을 경험했고, 10명 중 1명은 두 번 이상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 수치는 실제 현실을 극히 일부만 반영한 결과다. 해당 조사는 호주 내 5개 주·준주 자료만을 바탕으로 한 데다, 유산 이후 최종적으로 출산에 이르지 못한 여성은 집계 대상에서 아예 제외됐기 때문이다.

멜버른에 거주하는 브룩 워커(Brooke Walker, 35) 씨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그는 2019년과 2024년 두 차례 유산을 겪었으나, 어떠한 국가 건강 데이터에도 기록되지 않았다. 첫 유산 당시 응급실에서 수시간을 대기한 끝에 “일찍 임신 테스트를 하지 않았다면 몰랐을 일”이라는 냉담한 대응을 받았던 그는 국가 통계마저 자신의 아픔을 외면하고 있다는 사실에 깊은 씁쓸함을 표했다.

전문가들은 현행 보건 데이터 체계의 근본적인 한계를 지적한다. 멜버른 IVF(Melbourne IVF)의 헥터 조지우(Hector Georgiou) 박사는 국가 임신·출산 데이터 체계가 ‘최종 출산’에만 과도하게 맞춰져 있다고 설명했다. 이차 불임이나 개인적 선택 등 다양한 이유로 이후 출산 기록이 없는 여성의 경우, 유산이라는 중대한 생식 보건 경험을 했음에도 통계 수치상에서 완전히 사라진다는 뜻이다.

조지우 박사는 “정확한 데이터 확보는 단순한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유산 여성의 현실적 경험을 가시화하고 필요한 지원 서비스를 맞춤 설계하는 기반”이라며 “유산은 부모가 될 수 있다는 уверенность과 삶의 안녕 전반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이를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지원하는 체계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두 차례의 유산 상처를 딛고 현재 체외수정(IVF)을 통해 임신 17주 차에 접어든 워커 씨는 “유산은 여전히 사회적으로 언급을 꺼리는 사회적 금기 분야”라며 “공식 통계에 기록되지 않더라도 나와 같은 여성들의 아픔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점을 알리고, 같은 경험을 한 이들이 외롭지 않도록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