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의 전기 도매가격이 세계 주요 선진국 가운데 가장 저렴한 수준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송배전망 이용료 등 고정 비용 상승과 정부 보조금 종료가 맞물리면서 실질적인 소비자 체감 요금 부담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고 9NEWS가 보도했다.
오스트레일리안 파이낸셜리뷰(AFR)에 따르면 글로벌 에너지 전문 분석업체 리스타드 에너지(Rystad Energy)가 2026년 1월부터 9월까지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호주 동부 주들의 평균 전기 도매가격보다 저렴한 국가가 미국과 브라질 단 두 곳에 불과했다. 특히 빅토리아주의 경우 조사 대상에 포함된 모든 선진국을 통틀어 가장 낮은 도매 전력 가격을 기록했다.
이처럼 호주의 전력 도매가격이 안정세를 보이는 주요 원인으로는 대규모 산업용 배터리 시설의 신속한 확충, 기존 석탄화력발전소의 안정적 운영, 온화한 기후 조건, 사상 최저 수준을 기록한 가스 발전 비중 등이 꼽힌다. 이번 조사는 호주 동부와 남부를 통합 관리하는 국가전력시장(NEM)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독자적인 전력망을 보유한 서호주(WA)와 노던준주(NT)는 제외됐다.
크리스 보웬(Chris Bowen) 연방 연방 기후변화·에너지부 장관은 “저녁 전력 소비 피크 시간대에 값비싼 가스 발전 대신 대형 배터리가 더 많은 전력을 공급하기 시작하면서 도매가격 하락이 본격화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도매 생산 비용이 낮아진 만큼 전력 소매업체들이 이러한 혜택을 가계와 기업 등 최종 소비자에게 적극적으로 환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도매가격 하락이 곧바로 가계의 전기요금 인하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도매가격은 최종 전기요금을 구성하는 여러 요소 중 하나에 불과하며, 최근 전력망 접속 및 유지관리에 들어가는 고정 비용(기본요금)이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금융비교 플랫폼 캔스타(Canstar)의 샐리 틴들(Sally Tindall) 데이터 인사이트 이사는 “전기 실제 사용량에 따른 단위당 단가는 내려간 곳이 많지만, 전력망 연결 및 유지에 드는 고정 접속 비용이 대폭 상승했다”고 진단했다. 이로 인해 2026년 7월 1일 신규 요금 체계 적용 이후, 전력 사용량이 많은 대가족이나 대형 가구는 전체 요금이 감소한 반면, 전기를 적게 쓰는 1인 가구나 소형 가구는 오히려 총 청구 금액이 늘어나는 기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여기에 연방정부가 제공하던 한시적 전기요금 보조금 지원까지 종료되면서 가계가 느끼는 요금 부담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