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주택 시장에서 백만 달러로 살 수 있는 것이 10년 전보다 훨씬 줄어들었다. 부동산 데이터 분석업체 코탈리티(Cotality)의 조사에 따르면 현재 호주 전체 주택 중 약 3분의 1이 백만 달러 이상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abc 뉴스에서 보도했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2015년 4월에는 주택 중 백만 달러 이상인 비율이 10퍼센트 이하였으나, 10년 뒤인 현재는 34퍼센트를 넘는다.
부동산 분석업체 코탈리티의 리서치 책임자 엘리자 오웬은 “호주 주택 시장에서 백만 달러 가격대는 점점 보편적인 수준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수도권 전체의 중간 주택 가치가 이미 백만 달러를 넘은 것이 그 배경이다.
지역별로 보면, 10년 전에는 단 0.5퍼센트에 불과했던 지역 주택 중 백만 달러 이상인 비율이 현재는 20퍼센트 가까이로 증가했다. 수도권에서는 14퍼센트에서 42퍼센트로 상승하였다.

오웬은 “이러한 추세는 지난 10년간 호주 전체 주택 가격이 67.3퍼센트 상승한 결과이다”라고 설명하였다.
백만 달러로 살 수 있는 것, 10년 전과 비교해 어떻게 달라졌나
주택 가치가 상승하면서 동일한 금액으로 구매할 수 있는 주택 유형도 크게 달라졌다. 코탈리티에 따르면 시드니에서는 전체 주택의 3분의 2가 백만 달러를 넘으며, 이제는 그 금액으로는 주로 면적이 더 작고 외곽에 있는 주택만 구매할 수 있다.
오웬은 “10년 전만 해도 시드니 대도시권에서 다섯 개 이상의 침실을 갖춘 주택만이 백만 달러 이상의 중간 가치를 가졌지만, 이제는 모든 침실 수의 주택 중간 가치가 백만 달러를 넘고, 다섯 침실 주택은 200만 달러를 넘는다”고 전했다.
수도권별 백만 달러 이상 주택 비율 (2025년 4월 기준)
시드니: 64.4%
브리즈번: 40.2%
멜버른: 30.9%
애들레이드: 27.8%
퍼스: 26.3%
호바트: 11.9%
다윈: 1.3%
출처: Cotality
오웬은 브리즈번이 호주의 다음 백만 달러 주택 시장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현재 중간 주택 가격이 99만 달러라고 밝혔다. “2024년 한 해 동안의 상승률의 절반만 유지하더라도, 2025년 말까지 브리즈번 주택 가격은 101만 달러에 이를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멜버른에서는 백만 달러 이상 주택 비율이 약 30퍼센트이며, 이는 2022년 1월의 최고치였던 33.1퍼센트보다는 낮지만, 10년 전 12.4퍼센트에서 상당히 증가한 수치이다.
주택 가격은 떨어질 필요가 있다
호주의 장기적 경제 안정성을 위해서는 주택 가치가 어느 정도 하락해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상승 추세는 지역별로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호바트에서는 2022년 3월에는 백만 달러 이상 주택이 전체의 20퍼센트를 차지했으나, 현재는 그보다 크게 줄어든 상태이다.
오웬은 “급격한 금리 상승, 인구 증가세 둔화, 그리고 비교적 낮은 일자리 증가가 호바트의 주택 가치 하락을 야기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윈은 백만 달러 주택 비율이 1.3퍼센트로, 10년 전 1퍼센트와 거의 차이가 없으며, 여전히 전국에서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주택 가격 안정화를 위한 ‘패러다임 전환’ 필요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집을 살 여유가 없고, 고가의 주택 가격으로 인해 시장 진입 자체가 어려워지는 현실에서 주택 가격 상승은 사회 전반에 부담이 되고 있다.
오웬은 “특히 젊고 저소득 가구에서 소득 증가가 주택 가격 상승을 따라잡지 못하면서, 주택 소유율은 점차 하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첫 주택 구매자의 평균 연령도 증가했고, 점점 더 많은 고소득 가구가 오랜 시간 동안 임대 생활을 하게 되면서 저소득 세입자들과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독립 부동산 경제학자 캐머런 쿠셔는 호주인들의 주택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는 “주택을 자산으로 보며 부를 축적하는 수단으로 삼기보다는, 필수적인 거주 공간으로 인식하는 방식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쿠셔는 그의 보고서에서, 주택의 대부분 가치는 실제 건물보다 토지에 있다고 지적하였다. 실제로 호주 가계가 소유한 총 10.6조 달러 상당의 주거용 자산 중 약 70퍼센트는 토지 가치에 해당한다.
그는 이와 같은 자료가 왜 단독주택이 중고층 고밀도 주택보다 빠르게 가치가 상승하는지를 설명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젊은 세대일수록 좋아하는 지역에 살기 위해 고층 주택 개발을 허용하는 ‘업조닝(upzoning)’ 정책에 찬성하는 경향이 높다고 밝혔다. “최근 수십 년 간의 가격 상승으로 인해 이들이 주택을 구매할 가능성은 매우 낮아졌다. 따라서 주택 비용을 낮추고 지속 가능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정책 입안자들이 토지 비용을 줄이고 주거용 토지를 더 풍부하게 공급하는 데 전력을 다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