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 모바일 지갑과 탭앤고 결제가 일상화되며 현금 없는 사회로의 전환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로 인해 고령자, 지방 거주자, 장애인 등 수백만 명이 금융 시스템에서 점점 소외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호주은행협회(ABA)의 2025년 ‘뱅크 온 잇’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모바일 지갑 결제 규모는 1600억 달러에 달했으며, 2019년 이후 거래 건수는 23배 증가했다. 현재 휴대전화나 카드로 결제하는 방식은 수백만 호주인에게 일상이 됐다.

ABA 전 최고경영자 애나 블라이는 호주에서 은행 이용 방식에 대규모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더 많은 사람들이 온라인으로 은행 업무를 처리하고 있으며, 디지털 서비스가 금융 관리 방식 자체를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휴대전화 결제가 빠르게 증가해 실물 카드나 현금 사용을 따라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행들은 대면 서비스를 선호하는 고객을 계속 지원하고 있다며, 전국에 3300개 이상의 지점과 3400개의 뱅크포스트 창구가 운영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현금 접근성이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2016년 이후 ATM은 9100대 이상 사라졌으며, 특히 지방과 외곽 지역에서 현금 인출이 더욱 어려워졌다. 2011년부터 2024년 사이 은행 지점 수는 약 50퍼센트 감소했고, 2024년 6월까지 1년 동안에만 230개의 금융기관 지점이 문을 닫았다.

은행들은 2019년 이후 지점 방문이 51퍼센트 줄었다는 점을 근거로 폐쇄를 정당화하고 있다. 그러나 상원 위원회는 지방 금융 서비스에 대한 조사에서 이러한 디지털 전환이 반드시 소비자 선택에 따른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금융노조는 은행들이 의도적으로 고객을 온라인으로 몰아갔다고 주장했다.

위원회 최종 보고서는 자율 규제가 지방 호주에서 실패했다고 평가하며, 지점 폐쇄가 지역 사회의 사회·경제적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고령자, 원주민, 영어 사용이 제한적인 사람들에게 피해가 집중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연방정부에 은행 서비스를 필수 서비스로 인정하고, 의무적인 은행 행동강령 도입과 공공 소유 은행 설립 가능성까지 검토할 것을 권고했다.

호주중앙은행(RBA)의 분석에 따르면, 대도시 거주자의 95퍼센트는 1.6킬로미터 이내에 현금 인출 지점이 있지만, 외곽 지역은 평균 16킬로미터, 오지 지역은 32킬로미터, 극오지는 95킬로미터에 달한다. 오지 지역 거주자의 경우 2017년 이후 가장 가까운 은행 지점까지의 최대 거리가 31킬로미터 늘어났다.

RBA는 180개 지역 사회가 현금 접근 지점이 전혀 없는 상태라고 경고했다. 독립형 ATM은 수수료를 부과하는 경우가 많고, 모든 은행이 뱅크포스트에 참여하지 않으며, 소규모 사업자는 입금 한도 제한으로 불편을 겪고 있다.

현금 감소의 인적 비용도 크다. 대면 거래의 80퍼센트 이상을 현금으로 사용하는 약 150만 명에게 현금 서비스 축소는 사회적 배제에 해당한다.

멜버른 외곽에 거주하는 장애인 헤더 루이스는 현금이 단순한 선호가 아니라 생명선이라고 말했다. 그는 휠체어를 사용하며, 재정적 통제와 안전을 위해 현금만 사용한다고 밝혔다. 지원 인력에게 카드를 맡기는 것은 불안하다고 설명했다.

루이스는 2주마다 은행 지점을 방문해 장애연금을 전액 인출한 뒤, 지출 항목별로 현금을 나눠 보관한다. 그는 현금이 자신의 소비 능력을 유지하게 해주고, 얼마를 쓸 수 있는지 명확히 알 수 있게 해준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 대형 매장이 이미 현금 결제를 거부하고 있다며, 이러한 흐름이 더 확산될 것을 우려했다. 디지털 소외 문제도 심각해 65세 이상 고령자 약 130만 명과 장애인 약 110만 명이 온라인 금융 이용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금 사용 비중은 2007년 소비자 결제의 70퍼센트에서 2022년 13퍼센트로 급감했지만, 재난 시 백업 수단이자 사기 위험이 낮고 프라이버시를 보장하는 결제 방식으로 여전히 중요하다. 또한 저소득 가구의 예산 관리와 가정폭력 피해자의 비밀 자금 확보 수단으로도 필수적이다.

호주 현금 유통을 담당하는 아마가드는 수요 감소로 운영 지속 가능성이 위협받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연방정부는 2026년 1월 1일부터 필수 서비스 제공자가 현금 결제를 의무적으로 받아들이도록 하는 방안을 발표했으며, 소상공인은 예외로 두기로 했다. RBA 역시 현금을 필요로 하거나 선호하는 사람들을 위해 접근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금 없는 사회로 빠르게 나아가는 가운데, 기술 발전이 가장 취약한 계층을 소외시키지 않도록 하는 것이 정책 입안자들의 과제가 되고 있다고 NEWS.COM.AU가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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