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물과 백두산..”으로 시작되는 조국의 애국가를 부르고 들을 때 마다 한국인 디아스포라들은 나라 사랑 마음에 진한 감동을 느낀다. 나라가 어려움에 처하고 국론이 분열이 됐을 때 애국가만큼 국민을 하나로 단결시키는 묘약이 지구상에는 없다. 어느 나라고 할 것 없이 애국가가 울려 퍼지면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나 나라사랑과 선열들의 희생과 헌신을 기린다. 영화 타이타닉 호는 최후의 순간을 맞아 모두가 좌왕우왕 할 때 선상 연주단의 영국 애국가 연주로 승객들이 침착함을 되찾는 모습을 극명하게 보여줬다. 그만큼 애국가는 한 나라의 상징적 존재다. 한국 애국가를 두고 작곡자의 친일을 이유로 존폐논의가 치열했으나 정부가 여론에 휩쓸려 함부로 손을 댈 수 없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국민의 함묵적 합의와 타당성이 도출되면 시대상황에 맞는 애국가로 변경하는 것도 정치적 해법이다.
새해부터 호주 애국가 두번째 소절의 가사가 변경돼 7일 열린 호주-인도 크리켓 경기에서 공식적으로 데뷔했다. 모리슨 총리가 지난 연말 가사변경을 승인한 이후 호주 여름철 최고 스포츠 이벤트인 호주 인도 크리켓 경기에서 2만여 관중이 제창했다. 알려진 대로 두번째 소절의 젊고 자유라는 표현 대신 “우리는 하나요 자유”국가라는 가사로 바뀌었다. 1788년 호주건국을 기점으로 보면 호주는 ‘영 칸츄리’요 호주 신대륙에 첫발을 디딘 영국 죄수들은 자유를 찾아온 것이기에 그 시대 상황에 맞는 애국가였다.
1788년 1월 26일 아서 필립이 11척의 배에 1,500명을 태우고 시드니 항에 도착한 것을 기점으로 호주가 건국된 이후 지난 2백33년간 호주대륙은 상전벽해의 선진국으로 발돋움했다. 영국인 이민자에 이어 유럽인, 아시안 등 세계 여러 나라에서 온 이민자들로 다민족 다문화 국가의 모범국가가 됐다. 신생 국가 이미지의 가사보다 토착 원주민과 소수민족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화합과 포용의 유니티를 상징하는 시대적 상황에 맞는 애국가 워딩 변경은 시의적절한 정부 결단의 소산이었다.
그동안 NSW주 글레디스 베레지클리안 수상을 비롯 원주민, 소수민족 단체는 애국가 가사변경을 원하는 다수 국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해왔다. 연방정부도 이의 필요성을 인지했으나 변경 타이밍을 두고 고심해왔던 터다. 올해가 가사변경의 적기라고 판단한 모리슨 정부는 작년말 가사 워딩을 변경하고 새해부터 이를 시행하고 있다. 왜 올해가 적기라고 판단했을까?
우선 모리슨 총리는 애국가 변경이 원주민만을 위한 정치행위가 아님을 강조하고자 했다. 주지하다시피 ‘위 아 원’의 워딩은 원주민을 배려한 것 만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해 그 타이밍을 계산한 끝에 지난 지난 연말이 최적기라고 판단했다. 작년은 호주 최악의 한해였다. 산불이 호주 전국을 휩쓸었고 이어 가뭄과 홍수로 농축어촌은1년내내 재해속에 보낸 고난의 해였다. 여기에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겹쳐 온 국민이 록다운 속에 어둠의 터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농축산 못지않게 바이러스로 도시상권은 불황의 늪에 갇혔다. 온 국민이 자연재해와 전염병으로 시름속에 보낸 한해였다. 뭔가 국민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연대의 모멘텀이 필요한데 바로 애국가를 통해 그 기회를 잡은 것이다.
원주민의 고통에 동참하고 온 국민이 긴 어둠의 타널에서 벗어나자면 모두가 하나되는 유니티를 되찾는데 ‘우리가 하나’라는 애국가 가사만큼 적절한 것이 없다고 판단해 애국가 가사를 변경한 것이다. 호주 애국가 가사변경의 효과는 컸다. 온 국민이 환영하고 있다. 원주민 단체는 물론 소수민족 그룹들도 만시지탄이지만 호주 국민이 인종, 언어와 관계없이 하나되는 상징적 의미를 각인 시켰다는 해석이다.
호주의 다민족다문화주의가 만개하기 위해서는 이 같은 애국가 가사 변경도 한 방법이지만 원주민들에 처한 열악한 환경을 개선하고 가끔 불거지는 비영어권 이민자들에 대한 인종차별적 행위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 개선 의지가 뒤따라야 한다. 호주 원주민 문화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문명중 가장 오래된 역사로 기록되고 있다. 6,5000년전 남아시아 지역에서 바다를 건네 이 곳에 정착한 것으로 세계 인류사는 기록하고 있다. 지금도 원주민은 그들의 문화와 언어, 풍속을 온전히 보존하고 있다. 그러나 원주민의 열악한 생활환경은 여전히 오늘날 문명국 호주인들의 수치로 각인되고 있다. 250년전 영국인이 이곳에 발을 디딘 이후 원주민에게 가한 잔혹사를 씻기 위한 몸부림은 현재도 진행형이다.
호주정부가 애국가 가사에서 하나를 강조한 것은 바로 이를 통해 우리 모두가 화합과 포용의 세계로 나가자는 다짐일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사 화두로 화합과 포용을 선택했다. 그만큼 한국사회에 만연한 불신과 반목, 갈등의 늪을 청산하겠다는 대통령의 결기를 국민들에게 보여준 것이다. 온 국민이 하나가 될 수 있도록 무엇보다 집권정부의 화합과 포용의 정치가 새해 한국사회에 번져 나가길 간절히 소 망해 본다.
교민잡지 편집고문 | 박병태
교민잡지 editor@kcmweekly.com
교민잡지는 여러분이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kcmweekly 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