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동물권 단체가 서울의 번화가 빌딩에 내건 현수막이다. 개식용에 대한 논란은 근 40년째 한국인의 발목을 잡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개 식용 금지를 신중하게 검토할 때가 되지 않았는가”라고 한 말이 소개되면서 정부가 “개 식용 종식에 대한 논의에 본격 착수하겠다”며 사회적 논의기구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3월 9일 대선까지 개 식용 문제가 ‘살아있는 카드’가 될 전망이다. 한국인의 개식용 논란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한국의 경제성장과 관련된 민감한 문제로 이번에는 개식용 금지 법제화로 발전될 가능성이 높다. 대선 주자들도 모두 반대쪽에 서고 있다. 국민 여론도 예전 같지 않다.  

개식용 찬반 논란이 점화된 1988년 이후 개식용에 관한 시민들의 의식은 빠른 속도로 바뀌고 있다. 2000년 한국식품영양학회지에 실린 한 여론조사에서는 86.3%가 개식용을 찬성했다. 하지만 올해 경기도민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에서 개식용 의향을 묻는 질문엔 84%가 ‘없다’고 답했다. 개식용 금지 법제화는 64%가 찬성했다. 여론조사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으나 최근의 조사는 개식용 금지 법제화 찬성 비율이 우세하고, 개식용 의향은 ‘없다’가 압도적이다. 이미 시민의 다수가 개식용에 반대하고 금지의 법제화에 찬성하는 기류가 뚜렷하다. 

88올림픽을 앞두고 개식용 논란은 해외 뉴스 토픽이었다. 올림픽을 개최하는 나라에서 개식용은 나라망신의 심볼처럼 비춰졌다. 해외언론과 방송이 앞다퉈 이 문제를 제기하자 시. 도 당국이 행정명령을 통해 개고기 식당 단속에 나섰다. 그 때만해도 개고기를 별미로 생각하고 건강식품으로 인기가 여전하던 터라 개고기 애호가들의 불만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단속에 못마땅했던 개고기 애호가들은 이를 몰래 취급하는 식당을 발 품을 팔아가며 찾아다닐 정도였다. 올림픽이 끝나자 당국의 단속이 사라지고 개고기 식당은 부활했다. 여름철 보양식이라 개고기 값이 뛰자 동네 개를 몰래 훔쳐가는 개 도둑이 설칠 정도였다. 점심으로 비싼 개고기를 먹는 것이 자랑처럼 들리는 시절이었다.

지금은 서울 올림픽이 아니더라도 한국의 눈부신 경제성장이나 문화 콘텐츠에 매일 접하는 세계인들은 한국의 변신에 원더풀 찬사를 보내고 있다. 아카데미 상을 휩쓸고 시드니, 뉴욕, 런던, 파리의 젊은이들이 K팝에 도취돼 한글을 배우는 그런 코리아가 됐다. 한국어 대사에 영어 섭 타이틀을 단 넷플릭스의 메이드 인 코리아 드라마 인기 톱10에 오징어 게임, 지옥, 연모 등이 들어 한국문화의 우수성을 실시간대에 알리고 있다. 궁중 드라마 연모를 보면서 한복의 아름다움, 고궁의 고풍스러운 정취에 세계인들이 빠져들고 있다. 

그런 코리아에 ‘개 잡는 선진국’의 비아냥거림은 폭언이 아니다. 동물보호단체의 혹평을 들을 만한 것이 한국인의 개고기 식용문화다. 시드니 모닝 해럴드지도 서울 발 기사를 통해 한국의 개고기 식용문화를 다뤘다. 시흥의 한 농장에 갇힌 개들의 사진을 개제했다. 이원복 한국동물보호 협회장은 “선진국 중 개고기를 먹는 나라는 오로지 한국 뿐이며 나라의 이미지를 망치고 있다”고 혹평했다. 이 신문은 북한과 중국, 베트남이 한국과 같이 개고기를 소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 노년층이 남성의 보양식품으로 개고기 식용금지를 반대하는 것과 달리 젊은이들은 이를 달가운 식품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박지성, 네가 어디에 있든/ 너희 나라는 개를 먹지/ 네가 스카우저(리버풀)라면 더 심해질 수도 있어/ 걔들은 임대주택에서 쥐를 잡아먹거든.”

영국 프리미어 리그 맨유의 팬들이 과거 박지성을 응원하던 ‘개고기송’의 일부이다. 누가 봐도 한국인과 가난한 노동자에 대한 혐오가 깔려 있다. 그런데 최근 맨유 팬들이 맨유와 시합 중인 울버햄튼 소속의 황희찬 선수를 향해 이 노래를 불렀다. 15년 전 “가사가 불편했지만 참았던” 박지성이 이번엔 해외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개고기송을 멈춰달라며 불쾌감을 표시했다. 박지성은 ‘현재 한국은 개식용이 사라지고 있고 다른 국제적 문화도 많은데 개식용으로 한국을 특징짓는 것은 한국인들, 특히 젊은 세대에게는 비하로 인식되니 개고기송을 중단해 달라’고 요구했다.

한국의 개식용에 대한 서구사회의 힐난은 매우 다양한 경로로 이어져 왔다. 서구사회가 수 만년 전 농경사회로 바꿔진 이후 개는 사람들과 가장 친한 동물로 인식되어왔다. 인간의 생존에 가장 필요한 동물이 사냥개였고 이 같은 전통은 애견문화로 발전되어 왔다. 한국사회도 가족들의 사랑을 받는 애완의 대명사인 동시 버려진 개를 입양해 가족의 일원으로 삼는 가정들이 늘고 있다. 개식용을 한국의 전통문화로 주장하는 반박의 논거가 설 자리를 잃은 것이나 다를 바 없다. 한국의 개식용 금지를 법제화할 시점이 됐고, 멀잖아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교민잡지 편집고문 | 박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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