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년 전, 언론인 도널드 혼은 호주에 대해 “호주는 행운의 나라”라고 표현하며 이렇게 덧붙였다. “주로 이 행운을 공유하는 2류 인물들이 운영하는 나라”라고 말이다.
그의 이 말은 수십 년 동안 강한 인상을 남겼고, 우리는 종종 자신이 보고 싶은 시각에 맞게 앞부분만을 인용해왔다. 혼의 통찰로부터 몇 세대가 지난 지금, 우리는 우리 자신과 이 나라의 현재 상태를 바라보는 새로운 지표를 얻게 되었다.
갤럽이 발표한 새로운 보고서는 우리가 진지하게 물어야 할 불편한 질문을 던진다. 호주는 살기에는 훌륭한 나라지만, 일하기에는 형편없는 나라일까?
호주는 종종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나라 중 하나로 꼽히지만, 최근 설문조사는 일터에 대한 다른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갤럽의 연례 조사인 ‘세계 직장 현황(State of the Global Workplace)’은 지난 20년간 우리가 일과 맺는 관계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주요한 통계 중 하나였다. 올해는 160개국에서 22만7천 명을 대상으로 조사가 진행되었으며, 그 결과는 복잡하고 모순된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호주 노동자의 4분의 1도 되지 않는 비율만이 업무에 몰입하고 있으며, 12퍼센트는 ‘적극적으로 몰입하지 않은 상태’로 나타났다. 나머지 대다수인 3분의 2 이상은 일에 전혀 몰입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갤럽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이사 클레어 드 카터렛은 “이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단지 형식적으로 일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직장에는 가지만 활력이 없고, 연결되지 않고, 생산적이지 않으며 성장하고 있지 않다는 뜻이다”라고 말했다.
“우리가 정말로 ‘행운의 나라’ 그 이상이 되고자 한다면, 직장에서의 문제를 정면으로 마주해야 한다.”
업무 몰입도 외에도, 매일 직장에서 스트레스를 느낀다고 답한 근로자 비율은 2011년의 3분의 1에서 현재 절반 수준까지 꾸준히 증가했다. 현재 호주는 미국과 캐나다와 함께 세계에서 가장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근로자들이 있는 나라로 집계되었다.
이러한 스트레스는 대부분 관리자에게 집중되고 있다. 드 카터렛은 “우리는 관리자들에게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고 있다. 호주의 생산성은 정체되어 있으며, 관리자들은 적은 자원으로 더 많은 일을 해내야 하는 상황이다. 그들은 직원들의 웰빙을 챙기면서 동시에 성과를 관리해야 하고, 인공지능이라는 급격한 변화도 감당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직장을 떠난 순간 상황은 더 나아진다. 호주인의 56퍼센트는 현재 삶에 ‘번창하고 있다’고 느끼고 있으며, 이는 전 세계 평균인 33퍼센트를 크게 웃돈다. 또한 5년 후 자신의 삶이 더 나아질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이들이 대다수이다.
또한 호주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가장 낮은 수준의 일상적 외로움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많은 호주인들이 직장 밖에서는 좋은 삶을 누리고 있지만, 직장 안에서는 스트레스와 무관심 속에 지내고 있는 ‘모순’이 드러난다.
드 카터렛은 “모든 직장이 나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직장에서 무기력하게 지내고 있으며, 동시에 호주는 뛰어난 라이프스타일과 안전, 보안,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시스템을 갖춘 나라이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모순은 분명하지만, 우리의 과제 또한 분명하다. 우리가 진정으로 ‘행운의 나라’ 그 이상이 되고자 한다면, 일터에서 벌어지는 문제들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개선해야 한다.
첫 단계는 우리의 시야를 가리는 안대를 벗고, 세계적인 보고서를 통해 드러난 우리의 일터 현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 다음으로는 우리 모두 – 근로자, 고용주, 관리자, 임원 – 가 함께 이 문제에 대한 공동의 책임을 지고 해결해 나가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호주가 단지 살기 좋은 나라일 뿐 아니라, 일하기에도 좋은 나라가 되기 위한 유일한 길이라고 시드니 모닝헤럴드에서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