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는 2025년을 전례 없는 12개월의 그림자 속에서 시작했다. 성별 기반 폭력으로 인한 사망이 거의 10년 만에 최악의 수준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2024년 한 해 동안 전·현 파트너에 의해 살해된 여성은 약 79명으로 추정되며, 평균적으로 나흘에 한 명꼴로 여성이 목숨을 잃었다.
11월 국회 질의응답 시간에 야당 대표 수잔 레이는 이 충격적인 통계를 언급하며, 여성들을 보호해야 할 대응 및 사법 시스템의 실효성과 심각하게 부족한 재정 지원 문제를 부각했다. 그는 모든 피해자의 이름을 하나하나 낭독한 뒤 “우리는 어떻게 이 분노를 유지할 수 있는가”라고 물었다.
가정·가족·성폭력 대응 서비스는 이용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음에도 여전히 이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2010년 설립된 1800 RESPECT는 이후 상담 요청이 3000% 증가했으며, 지난 회계연도에만 34만2000건이 넘는 전화·채팅·문자 상담을 받았다. 이에 연방정부는 예산을 41.8백만 달러 증액해 총 1억4680만 달러를 투입했고, 이는 2027년 6월까지 유지된다.
그러나 3월, 2025~26년 예산에서 위기 규모에 상응하는 현장 서비스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는 무산됐다. 한 달 뒤 진행된 5주간의 연방 선거 기간 동안 연간 260억 달러 규모로 추산되는 이 문제는 양당 모두에게서 거의 언급되지 않았고, 여성에 대한 남성 폭력 문제는 다시 정치적 뒷전으로 밀려났다.
그리피스대학교 아동·가족 연구 레닌 포드 석좌 교수이자 범죄학자인 실케 마이어 교수는 “우리는 특정 사건이나 단기간의 집단적 사망 이후에만 관심을 보인다”며 “초기 분노와 주목은 매번 빠르게 사라진다”고 말했다. 그는 “호주는 여전히 전·현 파트너나 부모에 의해 얼마나 많은 여성과 아동이 살해되고 있는지에 대해 지나치게 안일하다”고 지적했다.
아워 워치 최고경영자 패티 키너슬리는 “허용 가능한 숫자는 0”이라며 “예방 가능했던 가정·가족 폭력으로 여전히 너무 많은 생명이 희생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수치가 일부 개선되고 있는 점은 위안이지만, 호주는 여전히 국가적 위기 상태에 있다고 밝혔다.
국내외 가정·가족 폭력 분야 권위자인 케이트 피츠기번 교수는 위기가 국가적 문제라는 인식은 높아졌지만, 주·준주·연방 차원에서 일관된 긴급 대응과 행동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단기적이고 분절된 대응, 사후적 사법 중심 해결책에 대한 과도한 의존 대신 예방과 조기 개입, 장기 회복에 대한 지속적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13년부터 1만6000명 이상의 남성과 소년을 추적 조사한 호주가족연구소의 세계 최초 종단 연구에 따르면, 처음 조사 당시 18세에서 65세 참가자의 약 4분의 1이 평생 한 번 이상 친밀한 관계에서 신체적·정서적·성적 학대를 가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 비율은 2022년에는 3분의 1을 넘었다. 해당 연구는 매년 약 12만 명의 남성이 처음으로 성별 기반 폭력을 가해자가 되고 있다고 추정했다.
마이어 교수는 “성인 친밀 관계에서 여성의 3분의 1에서 4분의 1이 폭력을 경험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매우 심각하다”며 “이는 수많은 여성과 아동의 삶이 안전과 안정의 부재로 인해 심각한 영향을 받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는 폭력이 남성에 의해 여성과 아동에게 불균형적으로 가해진다는 점을 고려할 때, 가해 남성에 대한 책임 부과와 함께 지원 메커니즘 역시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또한 거주 지역에 따라 이용 가능한 서비스와 대응 수준이 달라지는 현실을 지적하며, 특히 가정폭력 피해 아동에 대한 조기 지원과 회복이 폭력의 대물림을 끊고 교육·고용·정신건강·노숙 등 장기적 부정적 결과를 예방하는 데 핵심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족법 절차에서 여전히 가정폭력이 간과되고 아동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아 안전하지 않은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우려도 전했다.
전문가들은 2026년을 앞두고 호주 정부가 가정·가족·성폭력을 한 세대 안에 근절하겠다는 국가 계획 목표에 맞춰 예방과 조기 개입을 우선하고, 위기 대응과 치유·회복 지원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국가적 위기이며, 대응 역시 그 규모에 걸맞아야 한다고 NEWS.COM.AU가 보도했다.
교민잡지 editor@kcm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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