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1일, NSW주와 지역카운슬들의 지지부진한 줄다리기로 인해 오랫동안 연기되어 왔던 ‘저고도 주택 다양화 법규’ 가 (Low Rise Housing Diversity Code) 드디어 NSW전지역에서 발효되었다. 2015년 NSW 주의회 안건에 ‘저고도 중밀도 주택보급 법규’ (Low Rise Medium Density Housing Code) 라는 이름으로 처으로 등장한 본 법규는 무려3년간의 공청기간을 걸쳐 2018년 제정 되었지만, 지역 카운슬들의 거센 반발로 인해 법안 발효 첫해에는 NSW주내 55개 카운슬 중 50개 카운슬들이 도입을 연기, 단 5개 카운슬만이 (Blacktown, Fairfield, Waverly, Ku-ring-gai, North Sydney) 본 법규를 도입했다. 첫해 법규 도입을 연기했던 50개 카운슬들은 2019년에 도입을 한차례 더 연기, 지난 7월1일에야 드디어 NSW 전 지역에서 새 법규 적용이 가능해 졌다.
최대 2층 높이의 듀플렉스(2세대), 마노하우스(4세대), 그리고 테라스 하우스등의 저고도 중밀도 주택 개발을, 기존의 건설허가 보다 간소화된 ‘패스트 트랙 건설 허가’를 통해20일만에 건설허가가 발부된다는 점이 새 법규의 가장 눈여겨 볼 점이다. 건설허가는 카운슬 또는 사설 PCA (Principal Certifying Authority/허가감리사)를 통해 신청할수 있으며, 이웃에게는 허가발부와 공사시작에 대한 14일 공고(Notification)만 있을뿐 설계안에 대한 공청기간은 없다. 산불지역, 홍수지역, 문화재 보존지역 등 특별제한지역을 제외한 R1 – 보통 주거 지역, R2 – 저밀도 주거 지역, R3- 중밀도 주거 지역, 그리고 RU5 – 농촌소도시 지역 등 해당 카운슬 도시계획상(LEP) 주택개발이 가능한 지역 모두가 적용대상 지역이다.
‘저고도 주택 다양화 법규’ 의 도입은 우리에게 있어 어떤 의미일까? 시드니의 주택공급은 그동안 도심지역 아파트 개발로 대표되는 고밀도 개발과, 외곽지역의 대규모 택지조성과Home & Land 패키지 등 으로 대표되는 저밀도 개발로 양분되어 왔다. 본 법규의 방점은 ’Missing middle’ 즉, 잃어버린 중밀도를 되찾는데에 있다. 위에 언급된 고밀도 개발과 대규모 저밀도 개발은 대형 시행사와 시공사들이 독점하고 있는 시장으로, 실수요자들과 개인투자자들이 비집고 들어갈 틈은 없었다. 이는 때때로 공급자의 횡포로 이어져 최근 문제가 불거지고있는 하자 투성이 아파트와 기한없이 연기되는 준공 등으로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되고는 한다. 시드니 중심부의 치솟는 부동산 가격 또한 젊은층의 내집 마련을 더욱 어렵게해, 그들을 점점 더 먼 외곽의 새로운 택지개발 지역으로 밀어 내고 있다.
‘저고도 주택 다양화 법규’는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좋은 대안 책이 될수있다. 주택 한채를 철거하고 두채를 짓는 듀플렉스의 경우 은행 융자를 이용해 개인이 충분히 개발할수 있으며, 소유주는 오랫동안 꿈꿔왔던 새집에서의 생활과, 렌트수익, 또는 이를 판매해 개발수익을 거둘수도 있을 것이다. 시드니 전체 주책 공급의 1/3만이라도 중밀도 개발을 통해 공급 될수 있다면, 위에 언급된 현재 주택공급방식의 한계점들이 많은부분 훨씬 개선될수 있을것이다. 궁극적으로 훨씬 공정하고, 투명하게, 그리고 안정적으로 시장에 주택이 공급되는것이다.
한편으로 ‘저고도 주택 다양화 법규’는 해결해야 할 숙제 또한 안고있다. 가장 큰 논란의 대상이였던 마노 하우스 (Manor House)는 저밀도 주택가에도 한필지 당 네세대까지 수용할수있는 건설허가로, 최대 2층, 각 층당 두세대가 포함될수있다. 마노 하우스 (Manor House)는 많은 카운슬들이 끝까지 문제제기를 했던 부분으로, 실제로 공급이 이루어지면 개발지 주변 이웃들과 상당한 마찰이 있을것으로 예상된다. 정해진 면적에 인구밀도가 급증함에 따라 발생할수 있는 사회제반시설 과부하에 대한 문제도 우려가 되는 부분으로, 이는 추후에 법개정이 예상된다.
실제로 라이드 카운슬의 경우 7월1일부로 해당 법규가 도입되어 시행되고 있지만, 카운슬 도시계획법(LEP) 개정을 통해, 라이드 카운슬내 모든 R2-저밀도지역에서 마노하우스(Manor House)의 건설을 전면 금지하고 , 듀플렉스의 개발 또한 최소 대지면적 750평방미터, 그리고 최소 대지폭 12미터 이상의 대지만 개발이 가능하도록 제한하는 법개정을 준비중이다. 올해 말 이후 적용될것으로 보이는 이 개정안은 앞으로 몇달간의 공청회를 거쳐 도입되게 되지만, 적어도 올해 말까지는 ‘저고도 주택 다양화 법규’를 통한 개발허가가 가능하게 열려있는 셈이다.
(자세한 내용은 라이드시 홈페이지 참조: https://www.ryde.nsw.gov.au/Business-and-Development/Planning-Controls/NSW-Housing-Code-Low-Rise-Housing-Diversity-Code/Frequently-asked-Questions)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 되면서 사회 전반에 그리고 우리의 삶에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주거 환경 또한 예외일수 없다. 코로나 이전 까지만 해도 미래학자들은 1인가구가 증가함에 따라 거주공간의 크기가 작아지는 대신 점점 더 고밀도 주거로 도시가 변화할것이다 예상했다. 집과 거주지역내에 개인이 머무는 시간이 훨씬 길어진 요즘, 거주공간이 최소화되고 도시가 일률적으로 고밀화 되는것이 바람직 한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 때 맞추어 발효된 ‘저고도 주택 다양화 법규’는 도시의 미래 결정권을 많은 부분 대형 시행사들로부터, 개인 주택 소유주로 이양케하며, 도시성장의 방향성과 우리의 생활방식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케한다.
건축가 소개 | 모마건축 설계사무소 김규범 소장
시드니대학교 건축공학과와 건축대학원을 졸업한 김규범 소장은 모마건축 설계사무소 대표이자 NSW주 건축사협회 등록 건축사(NSW Reg.9185)이다. 김 소장은 2017 시드니 디자인상 의 주거건축부문 은상을 수여하였으며, 공동체과 도시를 배려한 설계와, 시간의 흔적을 담은 공간을 만드는 작업들을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