틸 약진에 집권 자유당 참패

틸은 호주 무소속 후보를 가리키는 자유당의 고유 정치용어가 됐다. 훔치다 라는 뜻의 스틸에서 나온 말이다. 틸 후보의 대부분은 자유당 성향의 정치 지망생이었다. 틸을 해 무소속으로 자유당 후보에게 도전장을 던졌다. 이번 총선에서 현역 지유당 의원 지역구에 도전장을 던져 11명이 의회에 진출하는 거센 바람을 몰고 왔다. 

집권 지유당이 틸 돌풍에 무릎을 끓었다. 자유당의 쟁쟁한 의원들이 틸 후보의 돌풍에 휘말려 낙선의 고배를 들어야했다. 무소속 틸의 원조는 2019년 총선에서 토니 에봇 자유당 총리의 지역구인 와링가에서 승리한 잘리 스테갈 여성 법정 변호사다. 틸 후보는 대부분 여성들이다. 이번 총선에서 성공한 틸 후보의 상대는 재선 이상의 자유당 후보에게 패배를 안겼다. 

노던 비치의 맥켈러는 지난 73년간 자유당 의원이 독점해 온 난공불락의 요새다. 마진이 무려 13.3%다. 이 지역구에서 무소속의 닥터 소피 스캠프가 승리를 거뒀다. 기후 환경변화와 성 차등 폐지 이슈로 소피 후보가 돌풍을 몰고 왔다. 말컴 턴불 전 자유당 총리의 웬트워스 지역구에서는 재선 도전에 나선 자유당의 데브 샤마를 앨제라 스팬더가 물리쳤다. 빅토리아 주에서는 닥터 모니크 라이언이 현역 재무상 조쉬 프라이덴버그를 제치는 기염을 토했다. 노스 시드니에서도 트렌트 짐머만을 틸의 키리 팅크가 제압했다.     

이번 총선에서 노동당이 재집권에 성공했으나 이번 선거의 진정한 승자는 무소속 후보와 녹색당이라는 것이 호주 언론의 분석이다. 노동당이나 자유연정의 국민지지도가 각각30%대에 머무는 대신 무소속 후보 11명과 녹색당 후보 4명이 하원에 진출하는 드라마를 연출했다. 

향후 노동당 앨바니즈 정부의 정책 추진에 이들의 협조가 절실할 것으로 보인다. 무소속 여성 의원들의 입김이 호주 연방의회에 거세질 전망이다. 설사 노동당이 76석으로 자력에 의한 정부구성에 성공하더라도 무소속이나 녹색당의 협치 없이는 정부정책추진에 어려움이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노동당이 자력으로 정부 구성에 실패하면 무소속이나 녹색당 의원들과 연립정부 연대 가능성이 불가피하다. 향후 정국운영애 무소속이나 녹색당 의원들과의 협치가 제1관건으로 부상할 수밖에 없다. 

노동당 완승에 옥에 티라면 패어필드을 낀 파울러 지역구에 출마한 유명 정치인 크리스티나 케낼리 상원의원의 낙선이다. NSW주수상을 역임한 케넬리 의원은 노동당 텃밭(2019년 선거 14%마진)인 이 곳에서 쉽게 이길 것으로 기대했으나 예상했던 대로 낙하산 공천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심판에 무릎을 끓었다.  

패어필드 카운슬 부시장을 역임한 베트남 난민 출신의 다이 레(Dai Le)후보가 이 지역 소수민족의 지원으로 당선됐다. 케넬리 의원은 앨바니즈 정부의 성공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으나 향후 정치 진로가 불투명한 상황이 됐다.   

노동당은 케넬리 상원의원의 1순위 상원공천추천을 두고 당 내분이 일자 아예 하원으로 바꿔 파울로 지역구 후보로 낙하산 공천을 했다. NSW주 노동당 수상을 역임하고 빌 쇼턴 전 노동당 당수의 추천으로 연방의회 상원으로 진출한 케넬리 의원은 이 지역구에서 40킬로미터 떨어진 스콧 아일랜드에 살고 있다. 이 지역구와는 아무런 연고가 없다. 리버풀, 카브라마타, 패어필드 지역이 속한 파울로 지역구는 베트남, 중국계 소수민족타운이다.   

서부 시드니 지역은 다문화 사회의 용광로다. 리버풀 거주자 40%이상이 외국 태생이고 52%가 집에서 영어 외에 모국어를 구사하고 있다. 패어필드 지역은 이 수치가 각각 53%, 70%에 이른다. 파울러 지역구 인구의 15%는 베트남계, 11%는 중국계 거주자다. 

스콧 모리슨 총리는 패배의 책임을 인정하고 총리직에서 물러났다. 의원직은 유지할 전망이나 그의 정치생명 역시 초 읽기에 들어갔다. 자유당은 곧 의원총회를 열고 후임 당수를 선출할 예정이다. 모리슨 총리의 후임자로 알려진 피터 다톤 국방장관이 총리 유력후보로 뗘 오르고 있다. 카렌 앤드류스 내무장관과 테한 무역장관이 당수직 후보에 오로 내리고 있으나 다톤 국방장관이 가장 유력하다.  

자유당 모리슨 정부의 패배는 총리의 불도저식 정국운영도 한 몫을 했다. 총리는 선거 캠페인 중 독불장군 식 불통의 리더십을 인정하고 재선되면 소통의 총리가 되겠다고 약속할 정도였다. 정치의 본질은 소통과 협치임을 이번 호주 총선이 말해 주고 있다.  

 

교민잡지 편집고문 | 박병태

교민잡지 editor@kcmweekly.com 
교민잡지는 여러분이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kcmweekly 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