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슈퍼마켓 ‘바가지(price gouging·과도한 가격 책정)’ 금지법이 2026년 7월 1일 시행된다. 이 법은 연 매출 300억 달러를 넘는 초대형 슈퍼마켓이 공급 원가에 합리적 마진을 더한 수준보다 현저히 과도한 가격을 식료품에 매기는 것을 금지한다. 현재 이 기준에 해당하는 곳은 콜스(Coles)와 울워스(Woolworths) 두 곳뿐이다. 알디(Aldi)·IGA·코스트코(Costco) 등은 매출이 100억~140억 달러 수준이라 적용 대상에서 빠진다. 이 규정은 기존의 의무 ‘식료품 행동강령(Food and Grocery Code)’에 추가되며, 호주경쟁소비자위원회(ACCC)가 집행을 맡는다. 위반 시 최대 1,000만 달러, 또는 위반으로 얻은 이익의 3배, 또는 연간 매출의 10% 가운데 가장 큰 금액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이 법은 식료품 가격 상승의 증거가 쌓이는 가운데 노동당 정부가 선거 전 내건 ‘슈퍼마켓 바가지 금지’ 공약을 이행한 것이다. ACCC의 슈퍼마켓 조사에 따르면 콜스와 울워스는 호주 식료품 판매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고, 세계적으로도 가장 수익성이 높은 슈퍼마켓 축에 속하면서도 경쟁 압박은 거의 받지 않는다. 다만 ACCC 자체는 과도가격 금지법을 권고하지 않았고, 호주노동조합협의회(ACTU)와 상원 특별위원회가 이를 권고했다. 법 시행은 두 대형 마트가 가격·판촉 관행으로 집중 조사를 받는 시점과 맞물린다. 최근 콜스는 ‘다운 다운(Down Down)’ 판촉에서 실제로는 기존보다 높은 가격을 인하 가격인 것처럼 광고해 소비자를 오인하게 한 사실이 드러났고, 울워스를 상대로 한 유사한 ACCC 소송은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강력한 벌금에도 불구하고 위반 입증이 결코 간단치 않다고 본다. UNSW 로스쿨의 레이 스타인월(Ray Steinwall) 부교수는 이 법이 무엇이 ‘현저히 과도한’ 가격이고 무엇이 ‘합리적’ 이윤인지 명확히 정의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슈퍼마켓이 수백 곳의 공급업체를 상대하고 가격과 비용이 수시로 바뀌는 상황에서, 단일 상품 하나에 비용과 이윤을 배분하는 일 자체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해외 규제 당국은 기업의 매출을 상품 공급 비용에 합리적 마진을 더한 값과 비교해 그 차이가 과도한지를 판단해 왔지만, 유럽연합(EU)과 영국에서도 관련 판례가 많지 않고 무엇이 과도한 가격인지에 대한 원칙이 아직 확립돼 있지 않다.

다른 나라들은 코로나19 팬데믹 때 마스크처럼 물품이 부족해 바가지 위험이 큰 비상시에 한해 한시적으로 바가지 금지법을 도입한 경우가 많다. EU는 별도의 바가지법 대신 경쟁법으로 대기업의 시장지배력 남용(과도한 가격 포함)을 규제하지만, 호주는 과도가격 조항을 경쟁법이 아닌 식료품 행동강령에 넣어 적용 대상을 대형 슈퍼마켓으로만 한정했다. ACCC 권한대행 의장 카트리오나 로우(Catriona Lowe)는 식료품 가격이 가계의 핵심 관심사인 만큼 이번 금지 조항이 소비자 보호와 경쟁 촉진을 위한 또 하나의 수단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콜스와 울워스는 바가지 의혹을 거듭 부인해 왔다. 전문가들은 이번 7월 1일 조치가 두 회사의 시장 지배력을 바꿔놓지는 못하겠지만, 대형 마트가 가격 관행을 스스로 점검할 상업적 유인이 생긴다는 점에서 소비자에게는 긍정적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라고 9news가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