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기업들이 코로나19 봉쇄 시기보다 오히려 더 어려운 환경에 놓였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역설적이지만 봉쇄가 한창이던 2020~2021 회계연도에는 기업 도산이 오히려 급감했다. 잡키퍼(JobKeeper) 지원금, 도산 절차 유예(모라토리엄), 호주국세청(ATO)의 추심 중단 같은 정부 지원이 한꺼번에 작동하면서 도산 건수가 1999~2000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지원들이 2022년부터 풀리면서 상황은 정반대로 돌아섰다.
호주증권투자위원회(ASIC) 자료에 따르면 외부관리(external administration)에 들어간 기업 수는 2년 넘게 과거 평균을 웃돌고 있으며, 보험사 Allianz Trade의 2026년 글로벌 도산 보고서는 호주의 기업 도산이 코로나 이전 수준을 뚜렷이 넘어선 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업종별로는 건설업이 단일 업종 기준 도산의 최대 비중을 차지하고, 그 뒤를 요식·숙박업, 소매업, 운수업, 전문서비스업이 잇는다. 이들 업종은 원가 상승, 위축된 소비, 빡빡해진 신용 여건으로 마진이 눌리며 특히 취약한 상태다.
가장 직접적인 압박은 ATO의 추심 재개다. 팬데믹 기간 관대했던 ATO가 미납 세금을 공격적으로 회수하면서, 이사 개인책임 통지(Director Penalty Notice)와 회사 청산 신청, 압류 통지가 크게 늘었다. 한 자문업계 집계에 따르면 2026년 들어 법원 명령에 의한 청산은 19%, 관재인 선임은 15% 증가했다. 신용정보업체 CreditorWatch는 ATO 세금 체납액이 10만 달러를 넘고 90일 이상 연체된 민간 기업의 33.6%, 즉 세 곳 중 한 곳이 1년 안에 도산하거나 자진 폐업했다고 밝혔다. 게다가 ATO 이자에 대한 세금 공제가 폐지되면서 세금 부채를 떠안는 실질 비용이 더 커졌다.
비용 압박은 여러 방향에서 동시에 밀려온다. 2026년 4월 기준 기준금리는 4.10%로, 인플레이션이 목표 범위를 웃돌면서 추가 인상까지 거론된다. 변동금리 부채를 진 기업은 1년 전보다 부담이 눈에 띄게 늘었다. 지난 몇 년간 제공되던 정부 전기요금 보조금이 모두 종료되면서 많은 기업의 실질 전기료가 최대 25% 올랐고, 제조업과 식품 생산처럼 에너지 사용이 많은 업종이 특히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여기에 2026년 7월 1일 시행되는 ‘페이데이 슈퍼(Payday Super)’는 그동안 분기 단위 퇴직연금 납입을 비공식적 운전자금 완충 장치로 활용해 온 기업들에서 그 여유를 하루아침에 없앤다. 업계는 이 때문에 2026-27 회계연도 1~2분기에 건설·요식업을 중심으로 도산이 다시 늘 것으로 본다 —라고 다수의 회생·자문업계 분석이 전망했다.
개인 도산 통계도 같은 흐름을 보인다. 호주금융보안청(AFSA)에 따르면 2024-25년 개인 도산은 1만 2,257건으로 전년 대비 5.3% 늘며 3년 연속 증가했고, 2025-26년 1만 3,000건, 2026-27년 1만 3,750건으로 완만히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사업 관련 개인 도산은 전체 건수의 28.8%에 불과하지만 신규 부채의 78.8%를 차지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이 받는 충격이 불균형적으로 크다. 팀 베레스퍼드(Tim Beresford) AFSA 청장은 채무자 5명 중 1명의 자산 대비 부채 비율이 10% 미만으로, 재정 충격을 흡수할 여력이 매우 제한적이라며 가계와 소상공인의 재정 회복력이 약해지고 있다는 신호라고 진단했다 —라고 AFSA가 밝혔다.
출처(자료): ASIC, AFSA, Allianz Trade 2026 글로벌 도산 보고서, CreditorWatch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