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중심가 서큘러키(Circular Quay)와 피트 스트리트 몰(Pitt Street Mall) 일대에 임시 거처가 늘어나면서 노숙 문제의 이면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고 9News가 보도했다.

서큘러키 기차역 밖에는 쇼핑카트와 아이스박스, 임시 텐트가 길게 늘어서 있으며, 겨울 추위를 피하려는 노숙인 수십 명이 이곳에서 생활하고 있다. 이곳은 시드니 최고가 부동산과 고급 요트가 정박하는 관광지와 불과 몇 걸음 떨어진 곳이지만, 동시에 삶의 터전을 잃은 사람들이 모여드는 공간이기도 하다. 피트 스트리트 몰에서도 자라(Zara), 풋락커(Foot Locker) 등 상점 앞에 새로운 노숙인 야영지가 형성되고 있다.

58세의 크레이그는 네 살 아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그는 하루 대부분을 아들과 하룻밤을 보낼 곳을 찾는 데 보낸다고 말했다. 그는 “노숙자가 되면 단순히 집만 잃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잃게 된다”며 결국 남는 것은 옷이 담긴 가방 하나뿐이라고 말했다.

다른 노숙인들은 공공주택 입주 대상에서 제외됐거나, 공공주택을 배정받기까지 최대 10년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라며 갈 곳이 없다고 호소했다.

비영리 기독교 단체인 프로비덴셜 홈스(Providential Homes)는 뉴사우스웨일스 전역의 노숙인들에게 임시 숙소와 생필품을 제공하고 있다. 단체는 매주 시드니 여러 공원에서 무료 바베큐를 열어 식사를 제공하고 있으며, 지난 1년 동안 약 2,500명을 주거시설에 입주시켰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에는 가정폭력 피해 여성만을 위한 전용 주택도 포함돼 있다.

뉴사우스웨일스 주택·노숙인 담당 장관 로즈 잭슨은 정부가 노숙 문제 해결을 위해 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2025년부터 2035년까지 적용되는 첫 번째 노숙인 종합전략을 시행하고 있으며, 긴급 주거시설과 사회주택 건설에 수십억 달러를 투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51억 달러 규모의 사회주택 건설 사업을 통해 어려움을 겪는 주민들에게 영구적인 주거를 제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최신 노숙인 실태조사에서 시드니 도심의 거리 노숙인이 14.5% 감소했다고 밝혔지만, 전문가들은 통계만으로는 현실을 설명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청소년 지원단체 유스 오프 더 스트리츠(Youth Off The Streets)는 젊은 노숙인의 약 80%가 친구 집을 전전하는 ‘카우치 서핑(Couch Surfing)’으로 노숙 생활을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많은 청소년이 이를 노숙으로 인식하지 못하지만, 이러한 생활이 지속되면 정신건강이 악화되고 사회적 관계도 끊어질 위험이 크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노숙 문제를 단순히 지붕이 없는 상태로만 볼 것이 아니라, 안전하고 안정적인 주거와 지속적인 지역사회 지원을 함께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기적인 주거 공급과 조기 개입, 지속적인 지원 체계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시드니의 취약계층은 계속해서 사회 안전망 밖으로 밀려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