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노동당 정부가 순이민자 수를 줄이기 위한 조치의 일환으로 24개국의 워킹홀리데이 비자(462 비자 등) 신청 접수를 일시 중단하거나 심사를 지연시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드니 모닝 헤럴드(The Sydney Morning Herald) 등  언론 보도에 따르면, 앨바니지 정부는 이민 시스템의 통제권을 확보하기 위해 사전 예고 없이 비자 심사 속도를 조절하거나 신청을 중단했으며, 이로 인해 백패커 수 제한을 둘러싼 정치적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이번 조치로 인해 국가별로 서로 다른 영향을 받고 있다. 쿼터 제한이 없는 협정국의 경우 비자 심사가 의도적으로 지연되고 있으며, 연간 쿼터가 설정되어 있는 24개국의 경우 지난달 사전 공지 없이 신청 접수가 전면 중단된 것으로 파악됐다.

관광 및 농업계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백패커·청년관광 자문단(BYTAP)의 페타 지치(Peta Zietsch) 의장은 이번 조치가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호주 입국을 계획하던 젊은 유럽인들의 발길을 막아 계절 노동에 의존하는 지방 고용주와 관광업계에 심각한 도미노 효과를 불러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지난달 시행된 비자 수수료 인상(첫 비자 670달러→840달러, 2·3년 차 연장 비자 1,000달러)과 맞물려 호주행의 진입 장벽이 더욱 높아졌다고 지적하며, 비자 규제보다는 청년 여행객을 유치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당 정부는 이미 지난 5월 예산안을 통해 인기 비자 항목의 수요를 관리하고 이민자 수를 통제하기 위해 추첨제(ballots/lotteries) 도입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토니 버크(Tony Burke) 내무부 장관은 연기된 내셔널 프레스 클럽(National Press Club) 연설을 통해 추첨제 도입을 바탕으로 2년 이내에 순 이민자 수 목표치인 225,000명을 달성하기 위한 세부 계획을 설명할 예정이다. 야당 역시 이민 수치 감축에 목소리를 보태고 있다. 야당 연합의 주택 담당 대변인 앤드루 브래그(Andrew Bragg) 상원의원은 전체 이민자를 180,000명 수준으로 줄이기 위한 주요 타깃 중 하나로 워킹홀리데이 비자 소지자를 지목했다.

하지만 정부의 제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호주 내 백패커 수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6월 30일 기준 최신 정부 데이터에 따르면, 호주 내 워킹홀리데이 비자 소지자는 225,648명으로 역대 6월 기록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는 2024년 6월(173,216명)과 2025년 6월(210,971명)에 이어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호주의 워킹홀리데이 비자는 두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영국, 캐나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일본 등 19개 협정국 대상의 쿼터 미적용 비자로 수요에 따라 발급된다. 두 번째는 아르헨티나, 인도네시아, 오스트리아, 이스라엘 등 29개국 대상의 쿼터 적용 비자로 연간 100명에서 5,000명 사이의 제한이 둘러싸여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민 감축의 화살이 백패커가 아닌 유학생에게 향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맷 캐너번 의원은 유학생 유입 규모를 25% 수준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연간 순해외이민을 13만 명으로 감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폴린 핸슨 원네이션 대표 역시 백패커는 감축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핸슨 대표는 백패커의 입국을 막을 경우 노동력 부족으로 농가들이 버티지 못할 것이라며, 감축의 초점은 유학생에 맞춰져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