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주택 소유주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 있는 대출 상품인 ‘오프셋(Offset, 이자 상쇄) 계좌’가 은행들의 체계적인 시스템 오류로 인해 제 기능을 하지 못했던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수백만 달러의 이자 절감 및 세금 공제 혜택을 놓친 대출자들은 지금 즉시 모기지 계좌를 확인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9News 보도에 따르면, 호주 증권투자위원회(ASIC)의 대규모 조사 결과 호주의 주요 은행 8곳이 상쇄 계좌 설정 및 유지 관리 방식에서 심각한 결함을 노출했다. 이로 인해 은행들은 2025년 8월까지 2년간 피해 고객들에게 총 5,500만 호주 달러에 달하는 대규모 보상금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ASIC이 적발한 은행들의 체계적 결함은 다양했다. 고객의 계좌 설정 요청을 아예 누락하거나, 대출 계좌와 상쇄 계좌 간의 연결을 잘못 지정하고, 심지어 이자 상쇄 계산 자체를 부정확하게 처리하는 등 전방위적인 관리가 부실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오프셋 계좌는 예금 잔액만큼 주택담보대출(모기지) 원금에서 제외해 이자를 깎아주는 상품으로, 호주인들이 매달 가장 큰 지출인 모기지 이자를 줄이고 세금 공제 혜택을 받기 위해 가장 널리 쓰는 금융 기능이다.

호주중앙은행(RBA) 자료에 따르면 현재 호주 전체 주택 담보 대출의 무려 55%에 이 상쇄 기능이 포함되어 있으며, 이들 계좌에 예치된 금액은 사상 최고치인 3,491억 호주 달러(한화 약 305조 원)에 육박한다.

금융 전문가 틴달(Tyndall)은 “이번 보고서는 매우 실망스럽다”며 “대출자들은 은행 시스템이 모든 것을 알아서 완벽하게 처리할 것이라 맹신해서는 안 된다”고 강하게 경고했다. 그녀는 이어서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수년간 힘들게 저축해 세금 혜택과 이자 절감을 기대했던 현금이, 은행의 연결 오류 탓에 아무런 혜택도 주지 못하는 일반 계좌에 묶여 있었던 셈입니다. 만약 자신이 55%의 오프셋 계좌 이용자 중 한 명이라면, 지금 당장 은행이 부당한 수수료를 부과하거나 이자 계산을 잘못하고 있지는 않은지 꼼꼼히 확인해 봐야 합니다.”

이번 은행들의 사태는 가뜩이나 금리 인상 압박에 시달리는 호주 가계에 더 큰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 특히 호주중앙은행(RBA)의 미셸 불록(Michele Bullock) 총재가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한 직후여서 긴장감은 더욱 고조되는 분위기다.

불록 총재는 시드니에서 열린 아니카 재단 기금 마련 오찬 사에서 “현재 호주의 근원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너무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하며, “물가 안정을 위해 필요하다면 언제든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상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경고했다.

만약 RBA가 다음 통화정책 이사회에서 기준금리를 4.60%로 추가 인상하게 된다면, 이는 지난 2011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하게 된다.